기후변화에 노출된 변두리집단 사시나무의 적응성

한국포플러위원회 노은운

올해 기상청보도자료(2018년과 1994년 폭염 비교, 2018년 8월17일)를 보면 이번 여름은 기상관측 111년만의 최악의 폭염을 기록하여 강원도 홍천이 41도를 기록하여 전국평균폭염일과 열대야일도 각각 31.5일과 17.7일로 기상관측사상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이러한 폭염일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기상청은 또한 21세기 후반(2071~2100년) 서울에서 2001~2010년 열흘가량이던 폭염일이 2071년이 되면 73.4일로 늘어나고, 121.8일이던 여름일 수도 169.3일에 달하는 등 1년 중 절반은 여름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신기후체제 대비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2017.12)에 의하면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남한의 기온은 연평균 0.36℃ 상승하였는데 봄(0.23℃), 여름(0.11℃) 보다는 가을(0.43℃) 및 겨울(0.57℃)이 더 올라 가을과 겨울이 예전보다 더 따뜻한 난대화가 진행되는 것 같다. 앞으로 이 상승추세는 계속되면 인류의 노력여하에 따라 이산화탄소 저감정도가 다르겠지만 21세기 전반기인 2021년~2040년에는 1.8~3.0℃ 상승, 중반기인 2041~2070년에는 1.8~1.6℃ 상승, 후반기인 2071년~2100년에는 1.8~3.0℃도 상승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계절별 서리가 내리는 일 수를 보면 3월 이후 나타나는 서리일수(늦서리)는 최근 10년 평균 4.0일/년으로 과거 30년(1971∼2000) 6.5일/년에 비해 감소하였고 45년(1961∼2005)간 늦서리 빈도는 0.08일/년으로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필자가 살고 있는 충북 영동지방의 경우 고추, 고구마 모종을 심는 시기가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어서 최근 4월 20일이면 노지에 모종을 심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1. 온도와 식물분포

온도는 식물발달 속도에 영향을 끼치는 1차 인자이다. 기후변화와 함께 더 높은 온도와 더 극단적인 폭염은 식물의 생산성에 영향을 줄 것이다. 갑작스런 폭염은 식물의 여러 가지 기능에 영향을 끼친다. 광합성이 감소되고 광산화스트레스가 증가되어 세포내 활성산소가 세포막, 단백질, 핵산 등 세포내 고분자들을 파괴시키기 시작한다. 잎이 떨어지며 살아있는 잎들의 생장속도도 감소하며 전체적인 바이오매스 생산이 감소한다. 폭염이 가뭄과 함께 오게 되면 증발산량이 토양지하수의 상승 유입효과를 초과하므로 식물은 말라 죽게 된다.

급작스러운 온난화와 그에 따른 교란으로 육상식물의 분포가 바뀔 수 있다. 기온상승으로 나무들이 북쪽으로 이주할 수 있지만 강수량의 부족이 생장을 제한할 수 있다. 2010년 미국에서 수행된 “기후변화가 끼치는 생물에 대한 영향연구”에 의하면 북미의 1/7 이상의 생물계가 온난화로 인한 변동으로 위험에 처해있다. 그 분석결과에 의하면 현재 기후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생물기후적인 서식지의 변화가 각 종이나 집단의 진화속도를 넘어서므로 한 종이 이동(혹은 절멸된) 후에 남는 빈 서식지를 점령하는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더 온난한 환경은 생장을 촉진시키기도 하지만 가뭄 스트레스, 병충해, 산불발생 빈도 등을 더 증가시킬 수 있다. 총체적으로 이러한 교란요인들이 생물의 사망율을 증가시키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따라서 이러한 기상이변과 온난화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많은 자생식물 집단이 적정생존범위를 이탈하는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고 쇠퇴하거나 절멸의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 가장 위험한 집단은 분포범위의 끝자락에 위치한 변두리 한계집단들이다. 한계집단들 중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한 예가 북극곰들인데 기후 온난화로 북극에 얼음이 녹으면서 얼음조각을 타는 바다물범를 잡을 기회가 없어져 아사하고 있는 곰들이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각 생물들은 기후변화의 폭에 적응하는 융통성이 충분할 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폭넓은 적응성은 그 생물이 가진 유전자 pool의 용량에 좌우된다.

기후변화에 대한 생물의 적응반응은 변화하는 기후에 맞추어 서식지를 이동하거나 그 자리에서 적응하거나 멸종되는 3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한 종의 적응능력은 집단이 서식지에서 빠른 환경변화에 얼마나 잘 반응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새로운 서식지를 점령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그런데 북반구 수종들의 이주능력은 기후변화속도의 25%에 불과하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기후에 기반을 둔 수종의 분포 변화 모델에서 예측되는 신속한 분포범위의 변경에 수종들은 따라갈 수 없다.

2. 생태계에서 포플러의 위치와 이용현황

포플러속(Populus) 식물은 북반구 아열대에서 극지방 숲까지 넓게 퍼져있고 서식지에 따라 선구수종으로 중요한 생태적인 역할을 하기도하며 수변림의 우점종이며 풍요한 야생동물 서식지와 수원의 역할을 한다. 또한 포플러는 생장이 신속하고 무성증식이 잘되며 다양한 생태적 환경에 대한 적응성이 풍부하고 목재, 펄프, 연료로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수종이다. 지금까지 분류학자들은 대체로 아속(subgenus)의 개념인 절(section)의 수준에서 포플러를 6종류로 나누고 있다. 이중 산업적으로 이용되는 클론들은 주로 타카마하카절이나 에이저로스 절에 속하는 미루나무(P. deltoides), 검은 미루나무(P. trichocarpa)와 양버들(P. nigra) 및 그 잡종들(이태리포플러 등)이며 산림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인 사시나무절(aspen)의 수종들은 아직은 재배용이라기보다는 그저 산림수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 이유는 사시나무절 포플러는 생산량이 높은 양버들, 미루나무, 이태리포플러에 비하여 밀식재배시 생산 잠재력이 훨씬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미루나무 등의 재배용 포플러를 외국에서 도입하여 대량 조림한 바 있으며 국내 개발 종으로 현사시 등 사시나무절 수종간의 잡종을 개발하여 조림한 바 있다. 그러나 1980년대 하천법이 발효되며 수변 범람원에 나무식재가 금지되면서 산지포플러라고 인식되는 사시나무류에 관심이 쏠린 적도 있었으나 1997년 이후 포플러 조림이 중단되면서 그에 대한 연구도 거의 중단되고 있다. 이러한 육종자원으로써 도입 및 자생 포플러의 중요성은 자작나무같은 풍치효과나 환경오염정화, 혹은 바이오매스 생산 등 분야에서 포플러의 조림이 확실한 경쟁력을 가질게 될 때 재조명될 것이다.

3. 우리나라 자생 사시나무의 특성

사시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자연분포하고 있다. 중국의 분포지는 흑룡강성 지역이며, 이 지역에는 약 800,000 정보의 사시나무 순림 혹은 혼효림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시나무는 분포의 남방한계선에 자리잡은 변두리 한계집단이다. 이러한 변두리집단은 종 분포의 말단에 위치하여 중심집단에 비하여 더 심한 무생물적 스트레스와 더 치열한 종간 경쟁에 놓이게 되어 쇠퇴하거나 절멸될 위험이 있어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집단들이다. 여기에서는 생산용 육종자원이라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고유의 산림유전자원으로서 사시나무의 보존을 위하여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가능성을 예측해 보고자 하였다. 기후온난화에 따른 앞으로의 기온상승이 사시나무의 적정생존 범위내에 있는지를 문헌을 통하여 그리고 몇 가지 산지시험 데이터로 검증해보고자 하였다. 기후변화로 야기될 생존에 영향을 끼칠 요소는 온난화로 인한 생장기간의 확장, 고온, 일조량 및 강수량변화에 대한 반응일 것이다.

4. 예측되는 기후변화의 범위

2012년 기상청에서 발간한 "한반도 기후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기후변화 예측모델이 제시하는 한반도의 2100년까지의 변화는 지금 수준의 온실개스 대책이 계속 시행될 경우 평균기온은 1.8~3.0℃도 상승, 상대습도는 지금보다 1% 정도 증가, 폭염일은 현재 10.1일에서 17.9~40.4일로 증가하고 열대야는 현재 7.8일에서 22일~52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강수량은 지금 1307mm 보다 250mm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 평균최저기온이 7.7℃에서 10.6~13.1℃까지 증가되는 것으로 예측하는 것을 미루어 이 보고서에서 예측은 되지 않았지만 서리가 오는 기간도 더 짧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5. 문헌상에 나타난 사시나무속 식물의 분포범위

1) 지리적 범위

OECD에서 발간한 포플러의 생물학(Biology of poplar)에 의하면 유라시안 사시나무(P. tremula)는 분포범위가 엄청나게 넓은 만큼 기후에 대한 적응범위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포의 경도의 폭은 155° 로 스페인의 이베리아 반도에서 극동의 캄차카반도에 이르며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실제로 핀란드, 유럽전역, 서아시아, 시베리아를 거쳐 베링해까지 이르며 남북 분포의 폭은 위도로 55° 로 유럽 북쪽 끝에서 북아프리카까지 분포한다고 한다.

북미사시나무(P. tremuloides)는 북미대륙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며 식생이 파괴된 곳에 선구수종으로 침입하는 수종이다. 분포범위의 폭은 경도 111° 위도의 폭은 48° 사이로 캐나다 동부의 뉴펀드랜드로부터 북미대륙의 북부 수목한계선을 거쳐 알라스카 북서부에 이르고 남동쪽으로는 유콘과 브리티쉬 컬럼비아를 관통한다. 미국의 서부 전역에서 이 수종은 워싱톤주에서 캘리포니아주, 아리조나, 텍사스, 네브라스카 북부의 산악지대에서 나타나고 아이오와주와 미조리주를 거쳐 동쪽으로는 뉴저지주와 웨스트버지니아주에 나타난다. 이 나무는 또한 멕시코의 산맥에서도 발견된다.

우리 사시나무(P. davidiana)는 많은 학자들이 유럽사시나무의 한 변종 혹은 생태형 정도로 취급할 정도로 유라시안 사시나무와 비슷하다. 우리나라 사시나무는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 북부에서 몽고, 러시아의 극동지방에 분포한다. 2016년 발간된 “European Atlas of Forest Tree Species”에는 우리나라 사시나무를 유라시안 사시나무(P. tremula)로 적고 있으며 그 분포범위를 북한까지로 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학자들은 분포범위는 우리나라 사시나무를 유라시안 사시나무에 포함시키는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2) 온도범위

북미사시나무의 분포에 고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부 록키산맥에서는, 이 나무의 출현은 평균 연중기온 7°C와 대충 일치한다. 콜로라도와 남부 와이오밍에서는 사시나무는 2100내지 3350m의 좁은 고도에서 띠처럼 나타난다. 이 띠 지역의 연강수량은 410에서 1020mm이다. 미국에서 사시나무 분포의 남쪽 한계는 보통 7월의 평균 등온선 24°C와 일치한다. 캐나다에서는 임계온도 5.6°C에 평균 연 온도 합계 700°C가 이 종의 북쪽 한계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북미 사시나무는 연간 강수량이 증산량을 넘어서는 곳에서 출현한다. 이 수종은 연 강수량이 약 1800mm인 알라스카 내륙에 풍부한데 그 이유는 증산량은 서늘한 여름 온도로 억제되기 때문이다. 서부 내륙에서는 2.5cm의 평균 지표수 유출 등치선(runoff isopleths)이 다른 등온선 보다 더 사시나무의 분포와 일치한다. 이런 등치선은 캐나다의 초원지대에서부터 동쪽으로 미네소타 북서부와 남쪽으로 아이오와까지 여름철 높은 온도가 생장과 수명을 제한하는 남쪽 한계와 일치한다. 요약하면 북미사시나무의 분포범위는 강수량이 증산량보다 많은 곳으로 제한되며 생장기간 중 최대, 최저 온도에 의하여 제한을 받는다.

유라시안 사시나무의 경우 그 분포가 한대에서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등 각 지역의 기후에 적응한 탓에 일괄적으로 적정 생장온도범위를 제시하는 문헌은 찾을 수 없다. 아마도 북미 사시나무는 빙하기 이후 회복하는 기간이 짧아서 다양한 지역종이 생겨나지 못한 데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반하여 유라시안 사시나무는 지역의 기후에 적응한 다양한 변종들이 인정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시나무도 이러한 일종의 변종으로 생각하는 학자도 있다. .

우리나라 사시나무의 온도범위는 현재 사시나무 자연림의 분포로 대략 추정할 수 있다. 백두대간을 따라 나타나는 사시나무는 현재 최남단에 발견되는 집단은 영주 봉현인데 20여 년 전까지 존재하던 대구 팔공산 집단을 고려한다면 아마 그 정도가 남단일 것으로 판단된다. 기상대와 고도차를 감안한 팔공산 동화사 근처의 연평균기온은 11°C, 영주 봉현이 8°C 정도이므로 미국사시나무보다는 더 더운 지방에 적응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아있는 설악산, 오대산을 비롯한 남한 쪽의 북부집단들은 오대산의 상원사에서 북대사에 이르는 큰 자연집단을 비롯하여 내설악 등 비교적 추운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의 연 평균기온은 5~9°C에 이른다. 7월 평균기온은 대략 20~24°C로 북미사시나무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6. 사시나무집단에 대한 기온상승 효과

산지시험(provenance test)은 원산지와 조림지의 기후차이에 대한 반응을 보는 좋은 재료를 제공한다. 1991년, 국립산림과학원(구 임목육종연구소)의 포플러 연구실에서 전국 사시나무 자연집단 중 24클론을 전북 임실, 충북 청주, 경남 거창에 검정림을 조성하여 조림하였고 1992년 38클론을 다시 경북 영주에 검정림을 조성하였다. 기후변화에 대한 식물의 생장반응에 대한 조사의 재료로 사시나무가 합리적인 이유는 첫째 우리나라의 사시나무가 분포의 한계지역에 위치한 아한대 수종이며, 둘째, 사시나무가 영양번식이 가능하므로 클론들의 반복시험이 가능하고, 세째, 고위도, 추운지역의 클론들에 대한 검정림을 중부 및 남부 지역에 조성한바 있어서 원산지와 조림지 간의 기상적인 요인의 차이가 이러한 생장반응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확인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원산지와 조림지의 위도상 거리가 0에서 275km에 이르는 사시나무 47 클론, 1151개체의 생장성적은 이동거리별로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북(원산지)에서 남(조림지)으로의 이동거리는 고도를 감안하여 평균온도차로 환산하면 0°C에서 3.4°C에 이른다. 기후변화는 기온상승의 방향이므로 차후 서리의 피해는 감소되고 그에 따라 생장기간은 증가되어 생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대산 지역의 고지대와 저지대의 개체들의 초기 30년 생장을 연륜분석으로 비교한 결과 해발 1200m에서 자라는 사시나무들과 600m에서 자라는 사시나무들 간에 연륜폭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고지대와 저지대의 평균온도 차이는 3~4°C로 예상된다. 한반도 기후전망에서 예측된 2100년의 한반도 평균기온이 시나리오별로 1.8에서 3.0°C 상승을 예측하고 있으므로 다음 세기에 예상되는 온도상승은 우리가 여러 입지에서 시험한 온도의 범위에 들어가며 이 두가지 결과는 우리나라 사시나무가 기후온난화 영향으로 기온이 이정도 범위에서 올라가더라도 생장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오히려 생장증가효과를 누릴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다.

7. 사시나무집단에 대한 강수량의 영향

미국에서 현재 북미사시나무의 분포범위를 예측하는 34개의 기후 변량이 조사되었다. 그중 가장 강력한 예측지수는 연간 건조지수( 생장기간 일 수 대 연간 강수량 비율)이었다. 즉, 사시나무의 분포범위 건조 등고선의 한계는 주로 습도 스트레스에 의하여 결정된다. 우리나라의 사시나무 조림지의 경우 생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7, 8월 강수량이었는데 이는 북미사시나무와는 반대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륙성기후로 여름에 장마로 인한 강수량이 압도적이고 장마로 인한 광합성의 감소, 토양과습으로 7월말에서 8월초 포플러를 포함한 대부분 식물의 생장을 정지된다. 이와는 달리 북미지역은 이 시기가 산불이 발생하는 건조기간이다. 이러한 각각의 기상요인에 대한 영향은 차후 자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8. 사시나무집단의 천연갱신

그러나 조사과정 중 5~10년의 중층을 형성하는 후계목이 자연집단에서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사시나무가 현재의 기후환경에서 생장에는 문제가 없으나 갱신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러한 집단들이 주변의 잡목들과의 경쟁에 밀려 소실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사시나무가 현재의 서식지에서 기후변화를 견디어 내며 생존하려면 그에 대한 적응잠재력을 갖추어야할 것이다. 고산지대의 추운 기후는 하층식생의 생장을 억제하는 반면 강력한 햇빛과 큰 일교차 때문에 대부분의 초본식물의 생장을 억제하여 목본식물의 생장을 촉진한다. 기후온난화는 이러한 고지대로 잡관목의 침투가 촉진되어 필연적으로 하층식생의 경쟁으로 갱신에 필요한 차대의 생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눈잣나무, 주목나무, 구상나무 등에서 이미 관찰된 것처럼 기후변화는 고지대에 적응한 사시나무의 서식지를 더 높은 곳으로 이동시킬 것이다. 고지대의 종들은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으므로 기후변화에 더욱 취약해진다. 사시나무의 경우 가장 남단에서 겨우 연명하던 대구 팔공산 집단이 최근 30년 새에 사라졌다. 이러한 집단의 소멸은 집단들을 더욱 고립시켜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의 2가지 수단으로 증식하는 사시나무들이 무성증식에만 의존케 함으로써 유전자 재조합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환경변화에 더욱 취약하게 할 위험성이 있다. 그러나 그동안 실시된 간헐적인 표지이용시험 결과 우리나라 사시나무 집단은 높은 이형접합율을 보여 상당한 유전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이미 작아진 집단들은 서식지가 단편화되며 단절되어 소멸의 위협에 노출이 되어있어서 보존 대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집단들이 대체로 영양계 집단이므로 이들에 대한 유전다양성을 조사하거나 보존원을 조성하는 것은 엄청난 큰 사업은 아니다. 그러나 기후온난화로 경쟁식생의 영역이 확대되며 침투하므로 사시나무집단의 정체성을 유지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인위적인 간섭으로 후계집단 갱신을 돕거나 자연천이에 맡기는 것 모두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결정에 앞서서 필요한 것은 철저한 실태조사이다.